캐나다 토론토 한인이 만든 극단이 3회째 정기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 공연을 준비한 극단 ‘브랜치스’는 이번 공연에서 60여 명의 한인들과 함께 직접 각색, 연출, 작곡을 맡아 뮤지컬 가족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들은 연극, 뮤지컬과 같은 정기공연뿐 아니라 드라마 학교를 함께 진행함으로 토론토 한인 커뮤니티 내의 드라마 공연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통신원은 캐나다 한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브랜치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2월 23일 도서관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브랜치스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토론토 페어뷰 몰 도서관 극장>
<엘리의 숲>이라는 제목의 첫 공연은 관객석 260석 중 200여 석이 가득 매워진 채 성황을 이루었다. 갓난아기부터 어린 아이,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로 가득한 공연장에는 몇몇 비 한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어의 매력에 혼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빅토리아 화이트(Victoria White), 그리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출연해 보러 왔다는 비 한인도 있었다. 한국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격려가 되는 무대가 너무 좋았다는 그들은 이미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도 많이 친숙한 이들이었다.
<브랜치스 공연을 관람하는 비 한인 및 친구들>
총 15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엘리의 숲>은 최고를 향해 달려가며 지친 현대인들, 그리고 캐나다 사회에 적응하느라 고민하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세상의 평가와 잣대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들의 존재만으로 특별하고 또한 귀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뮤지컬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현순 단장이 언급한 것처럼, 연극 무대를 통하여 가족 모두가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그들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힐링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이 아마추어 배우들로 구성된 연극팀이었지만 관객들은 함께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또 함께 웃기도 하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캐나다 땅의 한인들에게 큰 울림이 된 듯했다. 뮤지컬이 끝나자 아이에게 쉬운 말로 다시 내용을 설명하는 가족들도 있었고, 찬찬히 브로셔를 훑어보며 감상에 젖는 이들도 있었다.
<브랜치스 극단이 공연 중인 ‘엘리의 숲’ 장면과 관객들>
지역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토론토 도서관은 곳곳에 극장을 소지하고 있다. 화려한 외관과 더불어 다양한 공연을 하기에 적합한 공연장은 비영리 단체에 대하여는 대여비가 싸서 많은 문화 공연 단체에게 각광받는 곳이다. 문화의 중심지 도서관 극장에서 울려 퍼진 브랜치스 극단의 연극은 캐나다 토론토 내 한인 지역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주민으로서의 자신들의 목소리를 예술로 나타내는 많은 시도들이 있어왔다. 영화로 책으로 미술작품으로 노래로 이어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캐나다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거울로 이해될 때가 많았다. <김씨네 편의점>이 연극으로 시작해 캐나다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 것을 생각하면, 가장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김씨네 편의점>을 비롯한 많은 예술을 표현하는 언어는 주로 ‘영어’로 전달되어 왔고, 캐나다인들을 향했다. 그러나 점차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캐나다 내 한인 커뮤니티의 숫자와 역량이 커짐에 따라 한국어로 다양한 예술 활동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브랜치스 공연의 드라마 학교를 알리는 전단지>
그림, 책, 사진, 음악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이주민들의 이야기, 한인들의 이야기는 점차 개개인들의 활동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TV 방송국이 생기고,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부터, K-Pop 학교, 문인전시회, 한국 영화제 등 전문적인 그룹들도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인들은 작품을 제작 및 각색하고, 창작곡을 작곡하며 자발적인 연습을 통해 다양한 소재의 연극과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극단 브랜치스는 매년 한번 이뤄지는 정기공연 외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공연화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탈북자,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연의 경우, 캐나다 내 다양한 한인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뮤지컬로 만들어 많은 이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며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브랜치스는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어 갈 뿐 아니라 드라마에 관심있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훈련하고 이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드라마 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드라마 학교에서는 드라마에 필요한 연기, 분장 등을 배우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관계자는 드라마 학교를 통해 공연 문화에 관심있는 이들과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전문성을 훈련 시킬 뿐 아니라 사회의 이슈를 한인들의 목소리로 재해석하여 들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앞으로 어린이 뮤지컬 드라마 캠프, 영어 뮤지컬과 연극 등을 통해 캐나다 사회와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자 하는 포부를 가진 극단 브랜치스가 제2의 <김씨네 편의점>처럼 캐나다 내 많은 한인들과 나아가 캐나다인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